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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장병 있는 나이든 소형견과 함께 살기

나무향기님 2025. 2. 22.

우리 집 할머니 막둥이 이야기를 쓰고 얼마 후

막둥이 기침이 심해 동물병원에 가고 있다는 아버지의 연락을 받았다.

단순 감기인 줄 알았는데 피검사와 엑스레이 촬영을 해보니

심장병이 많이 악화되었다고 한다...

중기와 말기 사이라 한다.

아프면 몸이 작아서 진행속도도 갑절로 빠른 편이다.

약도 먹여야 하고 예민하게 케어해야 한다 해서

급하게 우리 집으로 데리고 왔다.

마침 방학기간이라 아이들도 집에 있어

당분간은 순번을 정해 24시간 돌보며 문제가 발생하면

바로 응급실 갈 준비를 하기로 했다.

부모님이 마음 아파하셨지만 어쩔 수 없다.

두 분도 노인이고 혹여 좋지 않은 상황을 마주했을 때

느끼는 감정을 갖게 해드리고 싶지 않았다.

다행히 3~4일 사이에 기침이 잦아들고 5일 후 재검사를 하니

호전은 되었으나 노견이라 조심하며 남은 생을 보내야 할 거 같다고 한다.

그 끝이 언제일지는 아무도 모르지만 함께 지내는 동안은 

덜 아프고 덜 힘들게 해 주는 게 나의 의무이자 책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 내가 해 줄 수 있는 것들! ]

1. 사료 바꾸기. 

맛이 없는 사료이지만 심장병이 있는 노견에게 도움이 된다니

어떻게든 먹여봐야지. 아직은 환자용 사료는 아닌듯하다.

사료만은 안 먹겠다는 굳은 의지, 고구마와 연어스틱으로 단련된 미각은 사료를 거부한다

2일 단식투쟁! 우리가 졌다... 타협점으로 습식사료에 비벼 주니 드디어 먹어주는구나.

 

건식사료와 습식사료&핸드메이드 닭죽

2. 수제 사료 만들기

단백질:탄수화물=3:7

닭가슴살, 제주산 당근, 쌀, 단호박 등등

수의사선생님의 조언과 정보 검색을 통해 썰고 다지고 휘휘 저어가며 

아기 이유식 만들듯이 정성 들여 만드는 중이다.

다행히 핸드메이드도 잘 먹어준다. 이참에 우리도 디톡스 해야겠다.

3. 춥거나 더울 때 산책 금지

조금만 흥분해도 기침을 한다. 가급적 집안에서 조용하게 느릿느릿 놀아준다.

날이 좋아지면 슬링에 매고 콧바람 쐬어줘야지.

4. 최대한 함께 있기

갑자기 우리 집으로 오게 되어 혼돈스러울 막둥이

가급적 혼자 있는 시간을 만들지 않으려 한다.

다행히 가을에 보는 시험을 준비 중인 둘째가 있어 마음이 든든하다.

나보다 아이들이 더 지극정성이다. 

5. 시간 맞춰 하루 2번 약 먹이기

기특한 두딸들이 약을 챙겨 먹이고 있어 아직까지 나는 한번도 먹여본 적이 없다.

그렇다면 엄마는 밥 담당할께~

 

아직은 밥도 잘 먹고 응아도 잘하고

깨어있는 시간보다 잠자는 시간이 많지만

고양이처럼 햇빛 비치는 자리에서 졸고 있는 

나의 작고 소중한 할머니 막둥이

헤어지는 그날까지 덜 아프고 덜 힘들게

우리와 함께 지내자.

사랑해

"난 멀쩡한데, 왜 난리들이야?"라고 말하고 싶어 하는 모습이다.

"날 안개나~" 막둥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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