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고 돌아 우리 가족이 된 사랑스런 막내에게
사람 나이로 노할머니가 되어 가는 우리 막둥이.
지난 주말 부모님이 3박 4일 여행을 가셔서 오랜만에 우리와 함께 지내게 되었었다.
처음 우리집에 왔을 때 뼈가 만져지는 앙상한 몸에
눈물자국으로 인한 콧등주변의 붉어진 털들,
누가 봐도 영락없는 사랑받지 못한 삶 그 자체였다.
영양상태도 예방접종 여부도
심지어 언제 태어난지도 정확히 확인이 되지 않아
동물병원 선생님의 추정으로 나이를 정해
반려동물 등록을 했었다.
처음 보았을때 초소형견에 예쁜 외모인데
왜 3번이나 파양 당했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었다.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은 그 당시 티컵견이 유행이었고,
강제교배하여 작게 만든 아이라
선천적 피부병과 각종 질환이 있다는 것을 추후에 알게 되었다.
예뻐서 돈을 주고 사와서, 아프니까 버리고 방치하고...
개를 무서워하는 우리 엄마가 보기에도 마음이 너무 아파
나에게 키워달라 묻지도 않고 데려왔으니...
눈치를 얼마나 보고 살았는지 집에 온 첫날은
온 집안 식구들 사이를 조그만 꼬리를 헬리콥터처럼 붕붕 돌려가며
관절이 나가도록 뛰어 다니면서 사랑해 달라고 하는 모습에
모두가 눈물을 훔쳤던 기억인 난다.
우리집에 오기 전 중성화 수술을 하지 않아
영양상태가 좋아지면 수술받기로 했는데,
어느 날 앉은 자리에서 꼼짝을 하지 않고
살짝 만지기만 해도 자지러지는 소리를 하기에
동물병원에 데리고 갔더니 "자궁축농증"이라 하며
몸이 작아 금방 전이가 되어 빠른 시간 안에 수술을 해야 한다 했다.
수술 중에 죽을 수도 있다는 무서운 말도 함께 해주셨다...
선택 그런거 없다. 무조건 수술해서 살려야 했다.
작고 앙상한 다리에 꽂힌 수액바늘을 보니 눈앞이 안보일정도로 눈물이 쏟아졌다.
수술이 잘되서 건강하게 오래오래 우리랑 함께 살자고
마음속으로 수도 없이 되뇌었었다.
다행히 수술은 잘 되었고,
생명의 은인이신 동물병원 선생님은
수술 후 3일 동안 자신의 집에 데려가서
살뜰히 케어까지 해서 우리의 품으로 보내주셨다.
아마도 이때부터 우리 막둥이의 인생에 꽃이 피기 시작한 때가 아닌가 싶다.
잘 먹이고 씻기고 사랑 듬뿍 주고 그렇게 시간이 흐르니
어느 순간 눈치보던 막둥이는 사라지고,
우리 집의 새로운 왕이 되어버린 막둥이지만
우리에게는 너무 작고 소중해서 떠받들고 모시고 사는 존재가 되어버렸다.
피부병 때문에 예쁘게 미용을 하지는 못하지만
우리한테는 최고로 이쁜 강아지다.
건강과 생기발랄함을 되찾은 막둥이를 혼자 집에 두는 시간이 길어 마음이 불편했었는데
아이들은 학교, 학원 가고 나는 일하러 가고...
우리가 없는 시간에는 부모님이 오셔서 밥도 주고 산책도 해주셨다.
개를 무서워하는 엄마도 자주 보니 막둥이는 보고 싶다며
두 분이 데리고 가서 같이 살고 싶다 하셨다.
오히려 막둥이에게는 하루종일 함께 시간을 보낼 수 있는
부모님이 보호자로서는 더 적격이지 않았나 싶었다.
이때부터 우리의 두 집 살림이 시작되었고,
고맙게도 막둥이는 어디를 가든 편안하게 상석에서 우리를 맞이해 주었다.
함께한 지 벌써 12년, 추정나이 15년
지금까지 크게 아프지 않고 고맙게도 잘 살고 있는 우리 집 할머니 ^^
노견이라 눈도 잘 안 보이고 식사량도 줄고
산책도 오래 못하지만 여전히 우리에게는 아기 같은 존재다.
글로 쓰기에 너무나 많은 일들이 있었지만
지금까지 함께한 시간만큼보다 더 오래 우리와 함께 살기를 바라는 건
내 욕심이겠지.
남은 너의 시간도 건강하게 우리 가족과 함께 행복하자.
사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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